D-1

소소한 일상 2009. 11. 2. 21:53

오늘은 3년 10개월여의 일본 파견 생활을 끝내고 한국에 복귀하기 하루 전이다.
지금은 숙소가 아닌 호텔에 있는데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몇일 전 집에 경찰이 찾아왔다.
이유인 즉슨 옆집 아저씨가 우리집이 시끄럽다고 신고를 했다는 거다.
난 조용히 티비만 보고 있었을 뿐인데...볼륨도 절대크지 않았음 -_-; 
경찰이 방에 들어와서 이것저것 살펴보더니, 결국 내가 피해자라는 걸 눈치챈 듯
"원래 저런 사람들이 있어요..내가 잘 얘기 해볼게요" 하더니 사라졌다.

또 경찰 부를까봐 요 몇일동안 집에서 티비도 안켜고 정말 조용조용 생활했다.
여기서 오래 살거면 경찰 불러서 같이 싸워보겠지만 귀국일이 얼마 안남기도 했고, 귀찮아서.

그리고 오늘 출국 준비를 위해 짐을 꾸리고, 집 청소 및 쓰레기를 정리해서 버리고 있는데.
현관 근처에서 누군가의 말소리가 들려서 도어에 있는 작은 렌즈 구멍을 통해 밖을 내다보니,
옆집 아저씨가 경찰을 다시 부른 듯 했다. -_-+

무시하고 조용히 방으로 와서 물건들을 챙기고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려던 참에,
문 앞에 옆집 아저씨가 있을까봐 확인할 겸 렌즈 구멍을 들여다보니
저 아저씨가 렌즈 앞에 테이프를 붙여놓은 듯 불투명하게 거의 아무것도 보이지 않더라.

경찰에 신고한 건 그렇다 치고 저 테이프 붙여 놓은거에 완전 소름이 끼쳤다.
아무래도 정말 정신병자인 듯 -_-;; 왜 남의 집 도어에 테이프를?!
그 뒤에 뭔가 현관 앞에서 무거운 걸 질질 끄는 소리가 났고,
옆집 아저씨가 자기 집 현관문을 열었다 닫았다를 계속 반복하는 소리가 들렸다.
저 아저씨가 마음만 먹으면 베란다를 통해서 우리집에 들어올 수도 있다는 생각에
너무너무 불안해서 도저히 집에 있을 수가 없었다.
오히려 내가 경찰에 전화를 하고 싶은 심정이었는데,
귀국을 하루 앞두고 불편한 일에 휘말리기는 싫었다.
 
난 집에 있는 남은 쓰레기들을 버리고 청소를 재빨리 끝낸 뒤, 
남은 짐을 전부 꾸려서 택시를 잡아타고 호텔로 향했다.

그래서 귀국 전날을 이렇게 호텔에서 보내게 되었다.
다음에 그 먼슬리 맨션에 입주할 사람이 누구일지는 모르겠지만, 고생 좀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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