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쯤 전 리쿠기엔이라는 정원에 다녀왔다.
리쿠기엔은 에도시대를 대표하는 2대정원 중 하나이며 야나기사와 요시야스의 문학적 조예를 깊이 반영한 섬세하고 온화한 전형적인 일본식 정원이라고 한다.
사실 이런 내용을 보고 갈 마음이 생긴건 아니고
몇 달 전에 도서관에서 빌린 박물관,공원에 있는 맛집을 소개한 잡지에
말차와 과자 셋트를 파는 리쿠기엔 안에 있는 찻집이 실려 있어서
언젠가 한번 가보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마침 주말에 시간이 났다고나 할까.
뭐 결론은 예쁜 정원에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맛있는 말차와 디저트를 즐기고 싶었다는거.
집에서 코마고메 역까지는 그닥 멀지 않았는데, 역에서 정원까지 걸어가는게 퀘스트를 방불케하는 길이었음-_-; 역시 처음 가보는 곳이라 지도도 헷갈리고, 입구까지 걸어가는 길도 길어서 정원에 도착하자 마자 좀 지쳐버렸다.
좀 어둡게 나왔는데, 정원 입장료 300엔을 지불하고 들어오면 바로 보이는 장소가 여기.
할아버지 한 분이 계속 앉아계시다가 사진찍는걸 눈치채셨는지 일어서셔 도망가시더라는.
정원의 풍경을 한 컷..대충 이런 분위기.
이날이 단풍이 막 들기 시작할 때라 아직 파란 잎들이 많아서 이렇게 나왔는데,
아마 1주일쯤 뒤에 왔으면 훨씬 이뻤을 것 같다.
정원은 생각보다 엄청나게 넓었는데, 걸어서 한바퀴 도는데도 1시간가까이 걸릴것 같았다.
게다가 중간중간에 작은 다리들이 있는데, 이게 난간이 없어, 건널때마다 스릴이 넘치더라는-_-;;
게다가 이날부터 라이트 업(밤에 단풍구경을 위한)을 시작한다고 해서 그랬는지 다리를 줄서서 건너갈 정도로 사람이 많았는데, 어느 개념없는 아줌마가 다리 위에서 날 밀치면서 "위험하게시리"라는 해서 혈알이 좀 올랐다는.흑흑.
어쨋거나 피곤한 몸을 이끌고 드디어 공원 가운데 있는 후키아게찻집(吹上茶屋)에 도착.
역시나 메뉴는 500엔짜리 말차와 다과셋트!
이렇게 조촐한 셋트가 나오는데 정원의 풍경을 즐기며 운치있는 한때를 보내려 했으나
이렇게 10분도 지나지 않아 바닥을 보였다는-_-;
찻집에 머무른 시간 단 15분....-_-;
사람이 너무 많아서 오래 앉아 있기 눈치도 보였고..날씨도 추워서 얼른 보고 나가고 싶기도 했다는.
이날 찍은 단풍 사진.
이쁘게 물든 나무가 워낙에 적다보니, 몇몇 나무에 사람들이 빽빽히모여서 사진을 찍고 있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무슨 아이돌이냐?)
날씨만 좀 따뜻했으면 천천히 즐기다 왔을텐데,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에, 대충 한바퀴 돌고 왔다. 다음엔 봄에 한번 가봐야겠음.